나태주 시인의 시구가 쓰인 종이를 오려 책 표지에 붙여 놓았습니다. 오래 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그 책은 다름 아닌 ‘한글 사서’입니다. 제가 요즘 가방에 넣어 다니는 책인데요, 사서는 중국의 고전인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이지요. 이 네 권의 책을 번역해 한 권에 모아 놓았는데, 책이 두껍지 않습니다. 359쪽이라서 들고 다니며 틈틈이 읽기 딱 좋습니다. 주말 하루 만에 읽었습니다. 한글로 써 있으니 거부감이 덜하고, 술술 책장이 넘어갑니다.
대학과 논어를 보면 반복되어 나오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입니다. 대학은 이를 ‘곱자의 원칙’, 한자로는 혈구지도(矩之道)라고 표현합니다. “윗사람에게 싫다고 느꼈던 것으로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고, 아랫사람에게 싫다고 느꼈던 것으로 윗사람을 섬기지 말며, 앞사람에게 싫다고 느꼈던 것으로 뒷사람에게 먼저 하지 말고….”
논어에는 매우 여러 번 이 ‘곱자의 원칙’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공자는 제자가 “평생 실천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자기 마음을 미루어 남을 대접하라는 것이다. 자기가 바라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공자의 제자 증자는 “선생님의 도는 언제나 진실하라는 것과 자기 마음을 미루어 남을 대접하라는 것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제자인 자공이 “저는 남이 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원치 않는 것처럼, 저 또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를 원합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나옵니다.
교회 다니는 분은 신약성서 마태복음 7장에 이런 내용이 나오는 걸 아시겠지요.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결국 동서양의 선인들이 같은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번주 주간조선은 몇 군데 갈등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이 갈등도 ‘곱자의 원칙’으로 풀어갈 수 있으려나요. 그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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