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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와 아저씨는 한 끗 차이/전부 채우면 아저씨,하나만 잠가야 오빠

원진 페인트 방수 2014. 3. 12. 16:53

[4] 양복 단추

필자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은 교복 자율화가 진행돼 모두들 교복을 벗어던지는 추세였지만, 필자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철저히 교복을 고수하는 보수적인 학교였다. 짧은 머리에 회색 바지와 감색 재킷, 붉은 넥타이를 하고 다니면서 수트를 처음 챙겨 입는 사회 초년생들의 멋 내기 고민을 그때부터 하기 시작했으니, 되돌아보면 현재 하는 일과 관련해서는 매우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준 셈이다.

1학년 때 담임이었던 국어 선생님은 언제나 우아한 색상의 스리피스 수트를 즐기던 호탕하고 멋있는 분이었다. 선생님은 "재킷 맨 아래 단추는 반드시 열어두라"고 가르쳐주셨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TV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하는 촌스러운 인물, 융통성이 없는 원칙주의자 캐릭터를 표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양복 윗도리 단추를 모두 채우는 것이다. 단추의 기능은 잠그는 데 있고, 그렇다면 달린 단추를 모두 잠그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니 그럴 수 있다. 원칙을 고수하고 경험을 쌓지 못한 초심자들에겐 언제나 다 잠그는 것이 가장 안전한 답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숱하게 배워온 한국의 미(美)는 '비움'과 '여백'에 있다. 남자의 멋 내기도 이와 같다. 보통의 대한민국 남자들이 많이 입는 투 버튼(two-buttonㆍ단추 2개) 재킷은 반드시 아래 단추를 채우지 않고 열어두는 것이 좋다. 스리버튼(three-button·단추 3개) 재킷은 가운데 단추만 잠그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단,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남자라면 맨 위 단추도 잠그면 단정한 느낌을 줄 수 있으니 고려해볼 만하다. 더블 브레스티드(double-breastedㆍ단추를 2줄로 단) 재킷도 단추를 모두 채우지 않는다. 왼쪽 마지막 두 개의 단추 중 위 단추나 아래 단추 중 하나는 반드시 채우지 않은 채로 남겨두자. 그래야 여유로운 '오빠'의 마음가짐을 옷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양복은 신사의 옷차림이다. 신사의 미덕은 여유로움이고 그 여유로움은 옷차림에서도 마땅히 드러나야 하는 법! 한국적 아름다움의 전통을 옷 입기에서도 발휘한다면 우아한 한국 신사의 멋 내기를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신사' 이헌 | 패션플래너